드디어 막학기 종강!!
마지막 포스트 9월…
12학점밖에 안 들었는데 넘 할 게 많았다…
Senior Thesis
3과목은 수업듣고 공부하면 땡인데 나머지 한 과목이 SENIOR THESIS라고 thesis1작성해서 제출하는 수업임. 지도교수님이랑 상의해서 흥미로운 주제 잡고 리뷰해보자 맘 먹고 하는데
그냥 내가 찾으면 찾을수록 쌓여만가는 레퍼런스 리스트….
거의 주말이고 뭐고 지속가능한 선에서 계속 읽었는데, 그게 글로 정리되어 결과물이 있으니까 꽤 괜찮은? 느낌.
그런데 수업 담당 교수께서 갑자기.. 마감일 바로 전 주에 10쪽 이내로 쓰라고 공지하신 것이 아니겠는가.
Thesis가 어떻게 max 10페이지이며, 그걸 어째서 제출 일주일 전에 공지하시는 거죠?!
난 이미!! 레퍼런스 제외 45페이지째 쓰는 중이었는데요?!! (Times New Roman & 12pt & Double spaced)
다행히 10페이지에 사진이나 표는 제외하고, single space에 폰트크기 11–12정도로 정해주셔서 겨우 10페이지를 맞췄어요. 수업용으로 줄여서 제출은 했지만, 원래 쓰고 있던 리뷰는 마저 공부하고 정리하여 작성하기로 했어요. 적어도 내가 보았을 때 만족스러울 정도로는 결과물이 나와야 하니까…
면역학
면역학 수업은 수업 대략 듣고 정리해서 혼자 공부하는 게 훨 나았어요. 꽤 재밌었어요! 이제 T cell / B cell-mediated adaptive immunity overview는 대략 알 것 같은 느낌
쓰면서 공부해야하는 시험은 만년필을 쓰는 게 손도 덜 아프고 좀 할 맛이 나는 편입니다.
청록빛깔 잉크는 세일러 시키오리 야마도리(山鳥)를 라미 F촉으로 쓴 것이고, 주황빛깔 잉크는 세일러 시키오리 금목서 (金木犀)를 세일러 하이에이스 네오 클리어 F촉으로 쓴 거랍니다. 같은 F촉도 굵기 차이가 뚜렷하죠?
동아시아 근대사 세미나
동아시아 근대사를 주제로 한 세미나 수업을 들었어요. ‘내이션/내셔널리즘’, ‘식민/제국주의’, ‘전쟁’, ‘전후 사회와 정치’라는 네 가지 주제를 다루었답니다.
매 수업마다 지정된 글을 읽고, 해당 주차 발제자가 글의 요지를 중심으로 발표를 해요. 이후 조별 토론을 한 후 class-wide 전체 토론에서 의견을 나누는 형식이었어요. 인문사회분야 세미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략 알 수 있었어요.
영어로 말도 잘 안나오고 말을 많이 하지는 못해서 참여의 측면에서 아쉽긴 했지만.. 이런 세미나 한 매 학기 한 개씩 4년정도 하면 좀 익숙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교수님이 매주 할당해 놓으신 읽기 자료였어요. 완전 흥미로운 글들이 많았답니다. 한국에서 민족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관하여 학자/엘리트 중심의 역할에 관한 글과 민중/의병 중심의 역할에 관한 글을 읽고 비교해볼 수 있었던 주차가 기억에 남아요. 이외에도 일본의 천황 중심 국가정체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명’되었는지, 일본의 형벌 제도가 소위 ‘문명화된/근대화된 정도’를 나타내어 이들과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 간 외교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타이완의 식민지배 역사가 어떻게 기억되고 그 까닭은 무엇인지 등 흥미로운 주제에 관한 여러 저자의 설명을 접할 수 있어 재밌었어요.
유럽 미술사 세미나
유럽 미술이 후원을 통해 성장하던 르네상스 시대에서 시작해서 미술관 및 박물관의 형성, 미술품 약탈, 그리고 현대 미술 전시에 이르기까지 꽤 넓은 시대를 다룬 강의 중심 세미나. 강의 중심인 것 치고는 에세이 과제가 평가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었어요.
제 관심사가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낀 수업이기도 했어요. 대학 1학년 때만해도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전기가오리에서 펴낸 미학 관련 논문 번역물—『형식과 매체를 다시 생각하기』, 미감학·예술철학 논문모음집 『예술이란 무엇인가?』, 벤야민의 「사진의 간략한 역사」,「기술적 복제가 가능한 시대의 예술작품」’ 등—을 전부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읽어본다든지, 미술관에 가서 마음에 드는 그림들 찍고 와서 나중에 찾아보다든지, 등 이런저런 방식으로 가끔씩 관련 주제를 접해왔어요.
그런데 수업에서 들어본 작가와 작품 이야기가 나오고 실제로 본 작품 이야기도 나오니까 흥미가 가는 거에요! 아는만큼 보이고 보여야 관심이 간다는 점에서 일단 한번이라도 듣고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연구실 인턴
남는 시간에는 연구실에서 대학원생분들 실험을 도왔어요. Cell-based assay하는 곳이라 세포 키우는 법도 익히고 이런저런 실험의 단계는 제가 맡아서 했답니다. 인턴 때 많이 맡아서 해야 빨리 손에 익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아요. 내 실험처럼 도왔지만 내 실험이 아니니 망치면 안되는데, 망치면 안된다는 불안 때문에 봤던 거 또 보고 다시 체크하고 실수를 줄이려고 했어요. 근데 그러니까 너무 오래 걸리는 거에요.
하지만 오래 걸리는 건 좋지 않아요… 세포에는 빠르게 무언가 처리를 하고 얼른 다시 인큐베이터에 넣어야 스트레스가 덜 할 것이라는 게 첫째, 클린벤치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거기서 나만 죽치고 있으면 안된다는 게 둘째인 것이죠..
오히려 내 단기기억을 믿고 손을 움직이니 실수도 별로 없고 시간도 예전보다 줄었어요. 헷갈리지 않도록 플레이트와 팁 위치를 배열하여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고요..
얼른 손에 익었으면 좋겠어요!
막학기는 꼭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같아요. 공부할만큼 하고 시험보면서 ‘망하면 어때~ 아쉬운 거지~’라든지 에세이도 ‘솔직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난 할만큼했다~’ 하고 넘기게 되더라고요.
넘 마음이 아픈 것은 막학기가 막학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겨울 계절학기가 남았거든요. 졸업요건을 채우려면 들어야 한답니다…
계절학기 시작도 안했지만 얼른 끝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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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졸업논문으로 번역되는. 따라서 thesis와 dissertation은 학술지에 게재되어 출판되는 논문과 구별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