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에 읽은 책들 좀 이야기하는 글! 25년에는 그냥 상반기 끝나고 하나 하반기 끝나고 하나해야겠음… 한꺼번에 하려니 힘들다…
-
전민희, 『룬의 아이들 - 블러디드 4』: 이스핀과 막시민의 우당탕탕 티격태격 블러디드 이야기. 나도 네냐플에서 마법 전공할래… 아직 4편인데 후편에 혹시 수빈-막군 로맨스적 요소는 없을지? 그런데 읽은지 좀 되어 플롯이 기억이 잘 안 난다. 어떤 일까지 벌어졌더라..? 블러디드 5권 사놓고 1권부터 다시 읽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즐겁다.
-
전민희, 『룬의 아이들 윈터러 세트 전권』: 예전에 읽었던 건데 기억이 잘 안 나서 다시 쭉 읽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됨. 세계관이 정말 마음에 든다! 가장 마음에 드는 설정은 신성찬트. 마력을 담아 노래를 불러 마법적 효과를 낸다는 개념이 매력적이다. 한편 노래에 상당한 향정신적 능력을 부여한 〈마크로스〉 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한다.
“찬트란 기원의 노래지. 마음이 갖는 힘이야. 아까 네가 ‘이번에도 노래해서 날아가게 해주면 안 되느냐’고 물었지?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찬트가 본래 목적을 바라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그래. (..) 어떤 노래는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또 어떤 노래는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도록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야. 찬트를 노래하는 사람이 깊이 원하면 그에 맞는 찬트가 저절로 떠오르는 거지. 노래하고, 그러면 이루어지고.”
네, 가지 못한 곳까지
바람은 가닿는다.
네, 보지 못한 곳까지
물길은 또 이어진다.바람 숨 불어넣어 만든
불볕의 인간아.
물 핏줄 흘러 보듬어진
진흙의 사람아.먼 눈 찾는 바람 기다려
혼을 불어 나부끼게 하라.
못 본 뭍 찾는 파도처럼
젖은 심장을 달리게 하라.
〈윈터러 5권 15장 발췌〉
-
김경수,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 인터넷 밈에 관한 책.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던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 박제철, 『딜레마의 형이상학』: 딜레마적인 상황들이 발생하는 형이상학의 이론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형이상학 학술서. 다루는 주제가 대부분 흥미롭다.
- 1~4장에서는 개체의 구조에 관한 기체이론, 다발이론, 실체이론을 다룬 후 각각의 이론들이 개체의 통시간적 동일성, 통세계적 동일성, 닮은 개체의 구별가능성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살펴본다.
- 6장의 인과성에 관한 설명은 흄의 이론이 갖는 비일관성을 박제철이 ‘투사’ 개념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양새로 진행된다. 다만 인과성에 관해서는 김동현 외의 『인과』를 바탕으로 다시 공부해 볼 생각이다.
- 8장은 사실 뭔 말인지 잘 모르겠어서 넘어갔고 9, 10장에서는 외부세계 회의론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우리 정신이 그려내는 세계가 실제로 저 밖에 존재하는 외부세계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전통적 실재론), 우리 정신이 외부세계를 왜곡하여 그리는지 (개념 도식론), 아니면 외부세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외부세계 회의론)에 관한 여러 학자의 견해를 알아볼 수 있다. 근데 정리해 놓은 노트를 보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음. 다시 정독해야 이해할 수 있을듯…ㅋㅋㅋㅋ
-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뻔하디뻔한 경제-자기계발류 책. 새로운 내용은 없었고 그냥 그렇다.
-
엘리저 유드코스키, 『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아주 재밌게 읽은 해리포터 팬픽션. 마법을 현대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설정들이 매력적이다. 불쾌한 내용이나 표현도 간혹 있으나 전반적으로 즐길만하다.
-
김명기, 『바이오 인더스트리 밸류에이션』: 168쪽짜리가 4만 원대라서 구매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가 해당 출판사에서 나온 『알파폴드: AI 신약개발 혁신』에서 발견한 오타를 제보했더니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이다. 하드커버에 풀채색이라서 비싼가 했는데 그래도 4만 원…가격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바이오 제약 산업의 개요와 신약 개발 과정, 기업 밸류에이션에 관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잘 안 나서 나중에 다시 읽어볼 듯.
-
김성보, 『북한의 역사 1 - 건국과 인민민주주의의 경험 (1945~1960)』과 이종석, 『북한의 역사 2 - 주체사상과 유일체제 (1960~1994)』: 학교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함. 북한이 어떤 과정에서 탄생하였는지, 한국전쟁 이후 농업협동화와 개인상공업협동화가 이루어지는 과정, 인민민주주의에서 시작하여 수령제 사회주의, 즉 독재로 이어지는 정치 이데올로기의 변화, 80년대 이후 벌어지는 역사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북한 정치 경제사와 이데올로기의 변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책이다.
-
최인철, 『아주 보통의 행복 - 평범해서 더욱 소중한』: 수업 과제를 위해 필요했던 책이라 구매했는데, 어떻게든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볼걸… 내용이 별 게 없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역시 수업 과제를 위해 필요했던 책이다.
- 서은국 교수는 행복을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느끼는 긍정 정서와 쾌락인 것으로 이해하여 행복의 진화적 배경을 설명한다. 행복을 느끼는 데에 기질과 유전의 영향을 중시하는 입장인 듯하다.
- 그렇다고 행복을 생물학에 환원시키려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심리적 자유감,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 타인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는 감각 등의 사회 문화가 행복을 경험하는 데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삶을 끌어나가는 주체로서 살아가기를 권한다.
- 다만 이 책에서 근거로 드는 Lyubomirsky (2007)의 happiness pie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니 유의하여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Brown and Rohrer, 2020; Sheldon and Lyubomirsky, 2021).
-
서경희, 『초심자를 위한 임상시험 A to Z』: 임상시험에 기본적인 과정에서부터 제약·바이오 산업을 구성하는 직무와 그 특성을 상세히 알려준다. 제약회사 취업에 관심이 있다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사실 이 책도 오타 제보 후 출판사에서 준 책이다 ㅎㅎ…
-
마사 너스바움, 『혐오와 수치심』: 혐오와 수치심이 타당한 법 감정으로 인정될 수 없으므로 공적·법적 판단에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는 철학자 너스바움의 짜임새 있는 글. 각각의 감정이 어디에서 기원하여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에 관한 다양한 문헌을 바탕으로 글이 전개된다. 내용에 관해서는 이전의 포스트에서 다루었다.
-
남궁석, 『알파폴드: AI 신약개발 혁신』: 단백질 생화학에서 시작하여 구조생물학의 역사와 도구를 살펴보고 이어 AI가 신약 개발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설명한다. 추천!
-
몰리 스미스 & 주노 맥, 『반란의 매춘부』: 성노동 담론을 여러 국가의 제도를 바탕으로 살펴보는 글. 특히 저자들은 어떤 법 제도가 이미 폭력이나 권리 침해에 노출된 성노동자들을 적대하지 않는지 관해 상세히 논의한다. 궁극적으로 성매매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와 폭력에 노출된 성노동자들을 지원·구제하는 방향의 제도가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량이 있는 책이라 꼼꼼히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관련된 책으로 김주희, 『레이디 크레딧』과 신박진영,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도 읽어보고 비교하여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다. 워낙 어려운 문제라…
- 모리 마유코, 『한국 병합』: 일본인 사학자가 쓴 대한제국 강제병합 이야기. 내용이 상세하며 레퍼런스도 충실하다. 특히 조약의 불법성에 관하여 한국학자와 일본학자가 무엇을 근거로 반박-재반박하는지 꼼꼼히 짚어내어 매우 흥미로웠다. 강제병합 주제로 하는 다른 한국 학술서도 읽어보고 싶다.
-
진태원,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전기가오리 공부 모임에서 사용한 책인데, 스피노자의 스 자도 몰랐던 나도 중요한 내용들 짚으며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잘못 읽기 쉬운 지점을 짚어주어 도움 되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의 논증이 정의, 공리, 정리, 보조정리 등 수학책에서나 볼 법한 증명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학도 철학에서 나왔다지만…어쨌든! 이건 약간 다른 얘긴데, 전구 작가의 연재 만화 『순정철학논고』 아직 포스타입에 무료로 풀린 1화~19화만 읽어 봤는데 넘 웃기고 재밌어요 진짜 꼭 읽어보세요!!! 스피노자 증명 형식으로 발표하는 거 읽으면서 실시간으로 터졌음 ㅋㅋㅋㅋ
-
박진영, 『재난에 맞서는 과학』: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어떻게 시작되고 드러나서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졌는지를 연구자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꼭 읽어보기를 추천.
-
에드워드 크레이그, 『철학』: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 번역판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에서 무엇을 다루는지 궁금한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듯.
-
희석,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 페이지 수 대비 약간 비싼 것 같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꼬는 책.
-
익명의 여인, 『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 전쟁이 여성에게 어떤 방식으로 참혹한 경험을 강요했는지 증언하는 글. 러시아군이 베를린을 점령한 당시를 저자가 쓴 일기를 펴낸 책이다. 보는 내내 마음이 좀 안 좋았지만, 끝까지 읽어볼 필요가 있다.
-
마크 에러셰프스키, 『생물종』: 스탠포드 철학백과의 항목 중 하나. 생물종이 무엇이고 어떻게 정의되는지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한다…고는 하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시 읽고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듯.
-
케빈 엘리엇, 『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 - 연구 주제 선정부터 설계, 실행, 평가까지』: 과학연구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치가 개입된다는 글. 연구 결과가 사회에서 이용되는 과정이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연구 주제의 선정에서부터 실험·평가 방법 선정, 결과 보고 등 각각의 연구 과정에서 가치가 개입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례를 충실히 곁들여서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으면서도, 해당 사례말고 다른 예시를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도 몇가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도 다시 읽고 정리해야겠다. 어쨌든 추천!!!
뒤로 갈수록 빈약해지는 게 느껴지죠…? ㅎㅎㅎㅎ 올해 (2025년) 상반기에는 종이책으로 글 읽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아마 전자책 소설 위주로 볼 것 같다.
Reference
- Brown, N. J. L., & Rohrer, J. M. (2020). Easy as (Happiness) Pie? A Critical Evaluation of a Popular Model of the Determinants of Well-Being.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21(4), 1285-1301. https://doi.org/10.1007/s10902-019-00128-4
- Lyubomirsky, S. (2007). The how of happiness: A scientific approach to getting the life you want. Penguin.
- Sheldon, K. M., & Lyubomirsky, S. (2021). Revisiting the Sustainable Happiness Model and Pie Chart: Can Happiness Be Successfully Pursued?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16(2), 145-154. https://doi.org/10.1080/17439760.2019.1689421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