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을 맞아 미국의 수도 Washington D.C.에 다녀왔다! 여행 갈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이왕 미국까지 왔는데 캠퍼스에만 있으면 아까우니까! Jeo.가 같이 가쟤서 더 의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2박 3일 여행 첫째 날에는 의회도서관, 의회, 연방대법원,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가보았다. 의회도서관이랑 대한제국 공사관 둘 다 내 픽! ^0^
1일차
워싱턴 D.C. 여행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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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여행 둘째 날!
워싱턴 D.C. 여행 마지막 날!
공항에서 출발-도착, 브런치!
RDU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해서 워싱턴 D.C. (DCA)에 8시쯤 도착했다. Blue line 지하철을 타고 아침에 가기로 한 Library of Congress (의회도서관) 근처 브런치 음식점으로 향했다. 맛있는 곳을 기가 막히게 척척 찾아내는 Jeo.
Bull Frog Bagels에서는 블루베리 베이글로 만든 뭐시기를 먹었다. 크지 않은 가게였고 2층에 앉아서 먹을 곳이 있었다. 메뉴 이름은 기억 나지 않는데, 맛도 무난하고 아침 식사로 제격이었다.
Library of Congress (의회도서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Library of Congress로 슬슬 걸어갔다. 참고로 의회도서관 입장을 위해서는 Library of Congress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무료로! 의회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건지 입장시에 소지품과 가방을 검사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
의회도서관은 여러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토마스 제퍼슨 빌딩 (Thomas Jefferson Building)이 가장 메인 건물이다. 보통 의회도서관 다녀왔다고 하면 토마스 제퍼슨 빌딩에 갔다온 것이라 보면 된다.
1층의 Great Hall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화려한 건축양식과 스테인드 글래스 천장이 돋보였다.
바로 저 아치를 통과하여 앞으로 가면 리딩 룸이다. 리딩 룸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1층에서 리딩룸 입장 스티커를 받아야 한다. 배부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 줄 서있는 곳에 가서 입장 스티커를 받고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면 된다! 다만 리딩룸에는 가방을 들고 들어갈 수가 없다. 바로 앞에 보관함이 있긴 한데 잠금장치 없이 개방된 함이라서 좀 불안했다. 나는 친구에게 짐 맡기고 서로 번갈아서 구경하고 나왔다.
리딩 룸 들어가는 길 오른쪽에는 구텐베르크 성경이 전시되어 있었다. 공인된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물이 1372년의 직지심체요절인 것은 다들 아시겠죠1?
구텐베르크 성경은 1455년에 인쇄가 완성된 금속활자 인쇄물로 현존하는 유럽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물이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읽으려 해도 읽을 수가 없는 것이, 구텐베르크 성경은 불가타Vulgate 성경2, 그러니까 라틴어 역본이다. 양피지vellum에 고딕체로 인쇄된 불가타 성경. 빨간색과 파란색 글자는 어떻게 인쇄한 것일지 궁금하여 찾아보니 직접 손으로 꾸며놓은 것이라고 한다. 온전한 상태의 양피지 인쇄본은 의회도서관본을 포함하여 세 권이 유일하다고 한다.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과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에 하나씩 더 있다고.
리딩 룸은 벽면을 따라 서가가 공간을 원형으로 감싸고 있는 형태였다. 공간이 굉장히 그럴듯했고, 앉아서 무언가 열심히 읽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다만 나 같은 관람객은 자리에 앉을 수도 없고 서가에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리딩 룸에 왔는데 무슨 책이 있는지도 볼 수 없다는 게 말이 돼..?!?!?!?ㅠㅠ 그저 리딩룸을 한바퀴 돌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리딩 룸을 둘러 싼 alcove의 서가에는 약 80,000권 가량의 도서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천장에는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가장 가운데에는 하늘색을 배경으로 한 천사와 인물들이 그려져있고, 그 주위로는 ‘GREECE(그리스)’, ‘ROME(로마)’, ‘JUDEA(유대)’, ‘EGYPT(이집트)’, ‘ISLAM(이슬람)’, ‘MIDDLE AGES(중세)’ 등 여러 문명이 적힌 판이 박혀있다. 돌출된 천장이 창문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꼭대기 천장에서 빛이 들어온다.
2층에는 특별 전시실이 있었고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전시물이 여럿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1918년 인플루엔자 대유행 당시의 물건들이다. 미국 정부에서 내놓은 행동지침 포스터, 의료 종사자가 착용하던 뱃지와 이들이 작성한 기록, 퀴닌 포장 곽을 볼 수 있다. 누가 생물학도 아니랄까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왔다…ㅎ
말이 나와서 하는 이야긴데, 1918년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널리 퍼진 명칭 ‘스페인 독감’과 달리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님! 당시 인플루엔자 유행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종전될 무렵 병사들의 이동이 많아지며 규모가 커진다. 하지만 전쟁 중에 국가는 전염이나 질병에 관한 정보를 밖에 떠들고 다니지 않기 마련. 수많은 시민과 군인이 독감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지만 독일과 그 동맹국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은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적시에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중립국이었던 스페인은 타국에 비해 언론의 자유가 실현되는 편이었고,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전염질환을 뉴스를 통해 알리게 되면서 전염병이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3. 관련된 이야기를 더 알아보고 싶다면 남궁석 작가의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 (바이오스펙테이터, 2021) 읽어보기를 추천해요!
1784년 Abel Buell이 발행한 “A New and Correct Map of the U.S.”. 미국에서 저작권으로 보호받게 된 첫 번째 지도라고 한다. 최근 트럼프가 멋대로 이름 바꾸어 버린 Gulf of Mexico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다른 전시물들.
- 보이저 1, 2호에 실린 ‘The Sounds of Earth’: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 2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 음반의 정식 명칭은 ‘The Sounds of Earth’이다. 레코드판 설명 표지 옆에는 레코드 판에 기록된 것들 중 55개국 인삿말을 들을 수 있도록 헤드폰도 구비되어 있었다.
-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Traumdeutung (꿈의 해석)』
-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Affidavit of Identity in Lieu of Passport’: ‘여권을 대신하는 신분 증명 공증서’ 정도로 번역해볼 수 있겠다. 1906년 독일에서 나고 자란 아렌트는 유대인 박해를 피하여 1933년 프랑스로 떠난다. 1940년 나치 독일이 프랑스 파리를 점령한 이후 유대인 박해가 심화되자 그녀는 이듬해 미국으로 망명한다. 전시된 Affidavit of Identity는 1949년 무국적자였던 그가 여권 대신 사용하던 신분증명서라고 한다. 독일을 떠난 이후로부터 18년간 무국적 난민stateless refugee으로 살았다고 하는데4, 법과 제도 바깥에 있어서 보호받지 못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같은 그의 경험은 아렌트의 ‘권리를 가질 권리’ 개념과도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 같다. 한 인간의 인권은 오직 그가 국가나 사회에 소속되어 보호받을 때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정리하여 포스트나 올려볼까 생각 중.
Mezzanine에서는 리딩 룸을 조망할 수 있다.
의회도서관 ground floor에는 조지 거슈인George Gershwin과 이라 거슈인Ira Gershwin에 관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는 곡이 ‘랩소디 인 블루’밖에 없었는데, 전시된 다른 곡이 꽤 많았어서 들어보려고 사진찍어 뒀다.
조지 거슈인과 이라 거슈인의 〈I got Rhythm〉도 좋다!
Captiol Hill (의회)와 Supreme Court (연방대법원)
의회도서관을 둘러본 이후 바로 근처에 있는 의회 Captiol Hill로 발걸음을 돌렸다. Capitol에 입장하려면 의회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예약이 필수인데, 우리가 확인했을 때는 이미 예약표가 소진되어 있었다. 아쉬운대로 Captiol Hill 앞에서 사진 좀 찍었다!
의회 건물로 인상깊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Designated Survivor》 (지정생존자) 1화에서 Capitol Hill이 폭파되는 장면이리라…
바로 근처에 연방대법원 (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이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예약하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했다. 역시 입장할 때 소지품 검사와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들어가니 볼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법정을 들어가 볼 수는 없었고 1층만 돌아다녔다. 대법관들의 사진이 복도에 걸려있더라. 기념품 스토어에는 대법관을 모에화한 인형들이 잔뜩~… 으 솔직히 전혀 관심이 없었음. 선출직 공무원 인형도 전혀 관심없는데 하물며 임명직 공무원 인형에 흥미가 있을 리가! 인간 모에화하려면 이미 돌아가신지 한참 된 분들, 최소한 근대 이전 분들이어야 좀 심리적으로 거북하지가 않아5…
We the Pizza
We the Pizza라는 피자 음식점에서 피자 두 조각을 먹었다. 센스있는 이름 꽤 웃겼다. 설명하자면, ‘We The Pizza’는 미국 헌법 전문의 첫 세 단어 ‘We The People’에서 People을 Pizza로 바꾸어 만든 상호명이다.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in Order to form a more perfect Union, establish Justice, insure domestic Tranquility, provide for the common defence, promote the general Welfare, and secure the Blessings of Liberty to ourselves and our Posterity, do ordain and establish this Constitution for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 헌법 전문)
메뉴명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Bacon Me Crazy’와 ‘Capitol Supreme’ 한 조각씩 먹었다. Bacon Me Crazy보다는 Capitol Supreme을 더 추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Old Korean Legation)
피자 든든하게 먹은 후 대한제국 공사관으로 갔다. 버스 타고 몇 분 이동하고 걷다 보면 멀리서부터 익숙한 태극기가 눈에 들어온다.
무료입장이긴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시간 예약하고 가야한다. Logan Circle Historic District에 위치한 이곳은 19세기 D.C.의 재외 공관 건물 32곳 중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 및 재현하여 개방해놓은 공간이라고 한다.
예약 시간 즈음 되어 벨을 누르면 직원분께서 반갑게 반겨주신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분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 강임산 소장이셨다. 따로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은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강 소장께서 포토 스팟 세 군데에서 사진도 찍어주셨다!
1층에는 객당, 정당, 식당이 재현되어 있었다. 정당은 사진 찍는 걸 깜박했나 아예 사진이 없다. 직접 가보시거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어요!
2층으로 올라가면 공사 집무실, 공사 침실, 서재, 공관원 사무공간 등이 있다. 당시 D.C.의 인테리어가 다 그랬는지 몰라도 내부가 되게 화려해보였다.
3층은 복원에 참고할만한 자료가 없어서 전시실로 만들어 놓았더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보빙사 이동경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두 달동안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갔다가 약 6개월이나 걸려서 한국으로 돌아 온 이동경로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흥미로웠던 것은 공관원 장봉환의 집조 (執照)였다. 이곳에 전시된 장봉환의 집조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선의 여권 (의 사본)이라고 한다6. 한문과 영어가 병기된 건 알겠는데 프랑스어도 함께 쓰여있어 약간 의아했다. 프랑스어도 당시 외교 언어로 널리 쓰였던 걸까?
한편 고종이 공사관 건물을 25,000달러에 매입한 내용의 계약 문서를 보고 Jeo.는 당시 원달러 환전이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궁금해 하더라. 공식적인 환전처가 있었을지, 아니면 무역으로 얻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던 건지 나도 궁금했다. 대한제국에서도 외환보유고라는 것이 관리되었을지 궁금…
1일차 끝!
저녁은 54 Noodles Bar에서 먹었는데 꽤 괜찮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 쭉 쉬었다! 중간에 잠깐 호텔 바에서 칵테일 마셨는데 나쁘지 않았다.
이어서 2일차 포스트도 곧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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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체요절의 정식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최근 『남명천화상송증도가 (南明泉和尙頌證道歌)』가 직지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학계에서 공인되지는 않은 듯한데 지켜볼만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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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타 (Vulgate)는 코이네 그리스어 원문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버전의 성경을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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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lla, A., Trilla, G., & Daer, C. (2008). The 1918 “Spanish Flu” in Spain.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47(5), 668-673. https://doi.org/10.1086/5905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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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2024). 무국적 난민과 인권의 난제: 권리를 가질 권리는 어떻게 가능한가? 후마니타스 포럼, 10(2), 77–101. https://doi.org/10.23212/libera.10.2.202408.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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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뉴턴, 보부아르, 등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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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환의 후손 장한성 개인 소장 물품인데, 문화재라서 해외 반출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사본을 전시해 두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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